공지사항

치매환자가 치매를 말한다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5.09.15

“치매에 걸렸더라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치매의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입니다.”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세계 치매의 날 심포지엄에서 호주의 크리스틴 브라이든은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에서 어느 날 갑자기 치매 환자가 되었던 자신의 경험을 발표했다.

크리스틴 브라이든(56)은 10년 전 호주 수상내무부 제1차관보를 역임하고 있는 고위 여성 공무원이었다. 그는 “치매는 천천히 내부에서 진행돼 거의 알아차릴 수 없었다”며 “그저 마치 머리가 안개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고 자신의 초기 경험을 털어놨다.

혼돈과 피곤함, 스트레스 등을 경험하다가 치매는 그의 일상 생활에서 구체화되었다. 그는 중간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였고, 심지어 일하러 나가는 길에서도 혼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가족의 설득으로 의사를 찾은 크리스틴은 치매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당신의 증상은 치매이며, 치료법은 없습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사는 그가 8년 정도만 살게 될 것이고 예측했다.

이와 같은 청천벽력같은 소식 앞에서 크리스틴은 모든 일을 접고 직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절망과 싱글맘으로서 길러야 하는 딸 셋이었다. 그때 그의 막내딸은 겨우 아홉 살이었다. 딸들 역시 엄마와 똑같은 고통을 겪었다. 그들은 엄마가 자신을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고, 당시 20세이던 큰 딸은 다니던 대학교를 쉬고 집에서 엄마와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그는 “치매 환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결국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즉 자아 상실이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다가 나의 경험과 느낌을 책으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1998년 출간한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Who will I be when I die?)’은 최근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그는 책을 쓴 뒤 지금의 남편이자 그녀의 전적인 후원자인 폴 브라이든을 만나 재혼도 했다. 그는 남편에 대해 “내가 치매인 것을 알고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전직 외교관인 폴은 아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세계적인 치매환자 지지모임을 창설했다. 크리스틴은 또 지난 2003년 치매환자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의 이사로 선출됐다.

크리스틴은 “내가 불안해하고 화를 많이 내는데도 남편은 인내력을 가지고 나를 돌봐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크리스틴은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가족들의 도움, 또 병을 인정하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제보 및 보도자료 bodo@segye.com

첨부파일

목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