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기사>[빈곤 추락] 下. 추락 방지 안전망 만들자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5.06.10

[중앙일보 신성식.김정수.권호.이충형.김상선] 보험이 안 되는 진료비가 너무 많았습니다.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가입을 권유받은 적도 없고요. 그런 제도의 도움을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서울 강서구 정순옥(57.여)씨는 2003년 6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8개월여 만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정씨는 2003년 8월 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비와 항암치료비 등으로 1800만원을 냈다. 5년 동안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모아 둔 돈을 거의 다 까먹었다.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사회보험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건강보험 혜택을 좀 보기는 했지만 적용 범위가 좁아 정씨가 내는 돈이 너무 많았다.


정씨는 병이 들기 전에는 한 달에 100만~200만원을 벌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지금은 정부의 생계보조비 34만원으로 약값을 대기조차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정씨의 재산은 월세방 보증금 200만원이 전부다.


정씨의 예에서 보듯 빈곤 추락을 방지하는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하는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의 4대 사회보험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본지와 사회보장학회가 삼성사회봉사단의 지원을 받아 100명의 빈곤 추락 과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고용보험(근로자인 경우)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부분적으로 본 것을 제외하면 사회보험이 빈곤 추락 방지를 위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상위 계층(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소득의 120% 이내 계층)에 대한 지원 장치가 거의 없어 빈곤 추락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김수현 비서관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상존하고 적용 범위가 좁기 때문에 빈곤 추락의 안전판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회보험 기능 강화해야=서울 동작구 김정남(36)씨는 2000년 경기도 부천의 모 호텔 벨보이로 일하며 월 150만원을 벌었다. 이 돈으로 월 20만원을 저축하며 네 식구가 크게 어렵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호텔이 어려워지면서 정리해고됐다. 호텔 측이 고용보험에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실업수당이나 전직훈련을 받지 못했다. 저축한 돈으로 도배를 배워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려 했으나 장애(손가락 세 개 절단)를 이유로 거부됐다. 김씨는 올해 초 결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고, 자활 후견기관에 들어가 도배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까지, 국민연금은 시간제 근로자까지 확대됐지만 4월 현재 고용보험은 대상자의 21.5%, 산재보험은 20.9%가 미가입자로 남아 있다. 특히 식당주인 등 자영업자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건강보험도 총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담당하는 비율이 지난해 말 현재 61.3%에 불과하고 지역가입자의 22.8%가 보험료를 못 내 의료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박사는 영세 자영업자는 근로자와 다름없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 자격을 주고 영세 사업장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금을 낮춰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맞춤형 대책 필요=사회연대은행 최홍관 사무국장은 중산층이 차상위 계층으로 떨어지더라도 이들을 조금만 도와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떨어지지 않고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희귀.난치병 환자와 12세 미만 아동 등 19만5000명에게만 의료비가 지원된다. 여기에다 2만 명에게 자활 지원을 하고 수업료나 입학금 등 교육비를 지원하는 게 전부다.


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해산비 등의 현금 지원과 신용불량자 채무 유예, 의치.보철 무료 시술, 주민세 비과세, TV 수신료 면제,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20가지의 혜택이 있다. 차상위 계층에게 들어가는 연간 예산은 3000여 억원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 예산(4조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우도 생긴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차상위 계층의 수요에 맞춰 의료.자활 지원 등 부분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가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무담보 소액 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활성화▶자활 펀드 조성▶창업 사전.사후 관리▶직업훈련 강화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차상위 계층 등의 창업자금으로 1인당 평균 1500만원을 무담보로 대출해 주고 사후 관리까지 해 주는 제도다. 현재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시행하는 곳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여성부 등의 지원을 받는 사회연대은행과 종교단체가 설립한 신나는 조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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