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한겨레] 빈민층에게 먹을거리 제공하는 푸드마켓… 식품 기탁자 확보에 고심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4.04.28

봄기운이 가득한 3월26일 오후 1시30분 서울 도봉구 창동
역사 아래는 어디선가 몰려든 이들로 북적댔다. 신장개업
이라도 한 걸까? 이내 가게 입구에는 길게 줄이 이어졌
다. 바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가게, 살림은 궁핍하지만
마음은 푸근한 이들의 단골가게인 ‘푸드마켓’(Food
market)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3800명 회원들의 웃음

25평 정도 되는 매장 안. 쌀과 야채 등을 적당한 크기로
포장해 진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
이 없었다. 진열대에는 쌀·배추·생선·과자·기저귀·사
탕봉지·주스 같은 생활필수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다
소곳이 앉아 있었다. 이곳은 오전 11시~12시50분, 오후
2~5시까지 문을 연다. 양은 한정돼 있고 필요로 하는 이들
은 많아 오전에 이미 한바탕 북새통이 휩쓸고 지나갔다.
오후 개점 시간까지는 30분이나 남았는데 밖에는 벌써 스
무명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을 서 계셨다. 푸드
마켓은 먹을거리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남은 것을
기증받아 필요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는 가게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식품을 제때 제공받기 어렵고, 기탁 상
품을 일일이 찾아 배달해주는 번거로움이 있던 ‘푸드뱅
크’와는 다르게 ‘가게’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물품을
고를 수 있다. 먹을거리들은 모두 무료다. 푸드뱅크의 역
사는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실직자나 노숙자처럼 당
장 먹을 것이 필요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면서 시작됐
다. 그 뒤 적은 양이더라도 지역주민이 먹을거리를 기탁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기탁자와 수요자가 함께 만
나는 장터 형태의 음식나눔 중개공간인 푸드마켓이 생겼
다. 처음 200명 정도였던 회원은 1년이 채 안 돼 3800명
을 훌쩍 넘어섰다. 이용 고객들은 영세 임대아파트에서 홀
로 사는 80대 노인과 10대 아이들, 장애인, 소년소녀 가
장 등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이다. 이들에게 이제
‘푸드마켓’은 생명줄 같은 존재가 됐다. 하루 평균 이용
객은 90~120명 정도다. 쌀과 생선, 양배추를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넣은 뒤 마지막으로 사탕 두 봉지까지 집어든 이
계순(82) 할머니에게 사탕을 가져가는 까닭을 여쭈었다.
지난주 복지관에서 사진도 찍고 노래도 배우며 즐겁게 논
동무들이랑 나눠먹을 거란다. “시대가 어렵고 힘들잖아.
어려운 사람들도 너무 많아.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주는
게 고맙잖아”라며 활짝 웃으셨다. 푸드마켓은 가난한 이
웃의 단골가게이자 외로운 노인들의 사랑방이다. 그도 그
럴 것이 단골손님의 절반 이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 이런 곳에 오고 싶지 않지만 먹는 데 드는 돈을 줄일
수 있어 번동에서 이웃들이랑 왔다는 김종순(84) 할머니.
미아동에서 오늘 처음 오신 김옥두(73) 할머니는 푸드마켓
의 회원카드를 만드는 중이다. 경제사정이나 거주형태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의료급여증과 주민등록증
을 보여주는 것으로 회원등록이 끝났다. 가난한 노인들이
나 장애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가정도
우미들도 눈에 띄었다. 97년부터 가정도우미로 봉사활동
을 하고 있다는 윤유심(54)씨. 중계동에 살고 있는 장애우
의 밑반찬을 해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윤씨는
늦게 온 탓에 생선 두 손과 주스, 쌀, 배추들을 장바구니
에 넣으며 이 정도로 밑반찬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라
고 했다. “마른반찬과 생선같이 밑반찬을 만들 수 있는
것들이 골고루 많았으면 좋겠어요.”

가게 한쪽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야채와 과
일을 후원하는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빵을 후원하는 던
킨도너츠 창동점, 쌀을 지원하는 조계사, 밀가루와 배추
를 지원하는 한강시민공원 환경녹지과, 양념을 지원하는
제일제당과 해찬들, 부식을 지원하는 삼양사 같은 기업 15
곳과 여러 단체들이 꾸준한 후원자라고 한다. 개인 후원자
들도 많다. 필자가 찾은 날에는 부산의 대명상회에서 돔
과 참조기 같은 생선을 한 아름 보내왔다. 푸드마켓에서
가장 바쁜 최장원(30) 과장. 기탁물품을 가져오는 일이며
기탁자를 발굴하는 일, 가게 운영까지 바닥에 엉덩이를 붙
일 틈도 없다. 드디어 가게문이 열렸다. 몰려든 사람들 틈
에서 강화도에서 온 쌀과 야채류가 먼저 동이 났다. 오후
의 최고 인기 품목은 부산에서 방금 올라온 생선이었다.
호떡집에 불난 듯 30분 만에 동이 나버렸다. 자원봉사자들
이 없다면 가게를 꾸려나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원폭 피해
자를 지원하는 태양회 회원 30명이 푸드마켓을 돕는 일을
해주고 있다.

식품에 문제 생겨도 기탁자 보호해야

푸드마켓은 서울시에서 예산과 행정 지원을 하고,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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