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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2)장애인시설 구로 "더불어 사는집"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4.01.26
서울 구로동 "더불어 사는 집". 3∼4층짜리 상가건물 골목
에 자리한 1층짜리 단독주택인 이곳은 초라하지만 갈 곳 없
는 정신지체아 등 중증 장애인 12명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지난 14일 아침. 미닫이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 역한 냄
새가 코를 찔렀다. 변변한 창문이 없어 환기가 제대로 되
지 않기 때문이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방 5개를 다닥다닥
이어붙이는 바람에 환기구도 창문도 제대로 없었다. 볕이
들지 않는 실내는 동굴속 같았다.
이원기 원장(63)도 유전성 근육마비 질환으로 17년째 하반
신을 쓰지 못하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중국집을 운영
하다 병을 앓게 된 뒤로 아내와 아들마저 곁을 떠났다. 하
지만 "장애인일수록 자립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1987년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원장은 "어떻게해서라도 조그마한 2층집을 지어 아래층에
는 식구들이 살고 위층에선 함께 예배를 볼 교회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난방도 제대로 못
하는 처지에 꿈일 뿐이지…"라며 씁쓸해 했다. 실제로 이곳
은 비인가 시설이라 주변 이웃의 개인적인 도움 외에는 다
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이원장은 요즘 매일 같이
휠체어를 타고 난방용 기름을 구하러 다니지만 허탕치기 일
쑤다.
이곳의 주 수입원은 종이봉투 접기. 17년 전 공장에서 일하
다 한쪽 손을 잃는 사고를 당한 뒤 이곳에서 생활하게 됐다
는 백문기씨(64)와 함께 봉투접기에 나섰다. 얇은 종이로
야무진 봉투를 만드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백씨
는 "깨끗하게 만들어진 봉투는 장당 17원에 주변 붕어빵 가
게에 팔리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면 10원도 받기 힘들
다"고 일러줬다. 자원봉사한다며 별 생각없이 종이를 다루
던 기자 일행의 손끝이 바짝 긴장됐다.
점심때가 되자 조아미양(9)이 밥을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
다. 아미는 밥먹는 일부터가 전쟁이다. 음식은 보이는 대
로 죄다 뺏어가고 삽시간에 밥상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다. 게다가 자꾸 종이를 찢어 먹는다.
그래서 24시간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 아미는 음식을 씹을
줄 몰라 뭐든 꿀떡 삼킨다. 그런데도 돈 때문에 검진은 엄
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신지체아동 서해천군(16)과 함께 인근 구로시장으로 이른
바 "앵벌이"를 나섰다. 때마침 몰아친 한파로 모금함을 든
손이 점차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만든 모금함을
보는 대부분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해천군은 "그나마
시장 상인들이 100원, 200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1시
간 넘도록 시장통에서 앵벌이를 했지만 모금액은 1만5천원
을 넘지 못했다.
집 청소도 장난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아이들을
붙잡아 함께 집 청소를 하고 있는데 아미가 방 한가운데 꼼
짝 않고 서 있다. 바지가 온통 젖은 꼴이 옷에다 소변을
본 게 틀림없었다. 버둥거리는 아미를 다른 아이들이 달려
들어 한명은 몸을 붙잡고 다른 한명이 옷을 갈아입혔다. 기
자가 젖은 옷을 세탁기에 던져넣고 와보니 아미가 또 오줌
을 지렸다.
하루에 10번이라도 이런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니 이를 참고 돌보는 이들에게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그나마 평안한 때는 저녁식사 시간. 대한성공회에서 운영하
는 푸드뱅크에서 보내준 밥과 찬이 식탁에 올려졌다. 아이
들은 이 때서야 기자 일행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목을 손으로 감고 어리광까지 부렸다. 기분좋게 웃고 있던
김슬기양(9)에게 넌지시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라고 물
었다. 그러나 슬기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아빠, 엄
마가 날 버렸어"라고 짜증을 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은 타인의 어설픈 호의를 받아들일 공간을 쉽사리 용납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민망해진 이원장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도록 지원
받는다면 더이상 원이 없겠다"며 슬기를 안쓰럽게 쓰다듬었
다. (02)856-0255
[경향신문] 2004-01-17 (사회) 기획.연재 07면 45판 1902
자
김동은.황인찬 기자
d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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