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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울산기독교봉사회 ‘사랑의 마켓’ 문열어 /소외이웃의 벗 ‘거저주는 슈퍼’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4.01.14
2일 오후 1시, 울산 남구 신정1동 태화병원 뒤쪽 이면도로
에 위치한 슈퍼마켓의 문이 열리자 장바구니를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10여명이 20여평 남짓한 매장 안으로 들어
섰다.
손님들은 라면과 쌀 등을 장바구니에 가득 넣고 카운터로
갔지만 돈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울산기독교
사회봉사회가 발행한 무료 물품구입 회원카드를 내밀었다.
이곳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려운 이웃만 이용하도록 만
든 슈퍼 ‘사랑의 마켓’이다. 울산 기독교단체들이 연합
해 만든 울산기독교사회봉사회가 1999년부터 무료급식 푸
드뱅크를 운영하다 좀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아예 슈퍼
마켓까지 내기로 한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아무리 거금을 낸다 해도 ‘사랑의 마
켓’의 물건을 살 수 없다.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홀로사
는 노인 등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만 이
용할 수 있다. 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임을 증명
할 수 있는 의료급여증과 주민등록증을 갖고 방문하면 물
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신용카드 형식의 카드를 발급
받는다.
회원이라도 매월 1회 이용할 수 있고 5개 품목을 정해진
분량만 가져갈 수 있다. 즉 한달에 쌀은 3㎏, 라면은 5
개, 비누는 3개다. 한도를 정하지 않으면 품목이 동이 나
모든 회원들이 골고루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물품들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기증한 것이다. 현대중
공업은 매달 서산농장에서 수확한 쌀 360㎏을 보내온다.
롯데백화점 등 지역 연고 기업과 개인은 물론 울산감리교
회 등 교계에서도 물품을 정기적으로 가져온다. 부족한 물
품은 후원회원들이 매월 5천~1만원씩 내는 후원금으로 구
입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두 여동생과 살고 있는 소녀가장
김아무개(18)양은 “이전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나온 분들
이 음식을 가져와 입맛에 맞지 않아도 억지로 먹었는데
이 곳에서는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고를 수 있어 너무 좋
다”고 활짝 웃었다. 김양은 이날 쌀 3㎏과 라면 5개를 골
랐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사랑의 마켓’은 매장이 좁고, 화
려하지는 않지만 각지에서 이웃사랑을 담아 보내온 각종
식품류와 의류, 장난감 등 100여가지의 물품이 빼곡히 쌓
여 있다. 매장 옆 무료급식소 입구에는 컴퓨터도 있고 수
백권의 책도 있다. 후원자들이 물품을 싣고온 차량들이 주
차할 수 있도록 주차장은 건물주가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
다.
그동안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물품 등을 여기저기서 확보하
느라 바빴으나 이제 물품이 어느 정도 갖춰져 새해부터는
어려운 이웃들이 원하는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울산기독교사회봉사회 정연우(32) 사무국장은 “필요한 사
람이 필요한 것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해 슈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점 초기에는 50여명에 불과한 회원이 4개월 만
인 현재 400여명으로 늘었지만 더욱 많은 소외계층들이 혜
택을 볼 수 있도록 2년 안에 2호점을 낼 계획”이라며
“집에서 먹지 않거나 입지 않는 음식과 옷 등을 많이 보
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52)267-1365.
[한 겨 레] 2004-01-03 (사회) 07면 05판 1525자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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