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기사> 하늘자리공동체 최난열 아마타 수녀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2.11.19

"김치수녀"가 이웃에 나눠주는 건 일감과 또다른 이웃

서울 관악구 봉천3동 철거민촌 인근 골목에 하늘자리공동
체가 있다. 대문을 열자마자 김치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
다.
좁은 집에 김칫거리를 쌓아놓은 틈 사이로 김치만큼이나 맛
깔스런 아줌마들의 웃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김치 수
녀’ 최난열 아마타(50) 수녀도 몸뻬바지를 입은 채 이들
사이에서 날랜 손놀림으로 마늘껍질을 벗겨내고 있다.
고왔을 아마타 수녀의 손이 까칠해 보인다. 마늘 까는 기계
도 있는데 이 많은 마늘을 일일이 손으로 까느냐고 묻자
“김치는 손맛이고, 정성이 들어가야 맛있다”며 또 깔깔댄
다. 하루가 멀다고 100여 포기의 김치를 담그는 중노동 속
에서도 어쩌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먹는 이들의 건강
을 위해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는 하늘자리
김치 속엔 첨가물 대신 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듬뿍 담겨 있
다.
경제적 여건을 따지자면 이들은 내놓을 만한 게 별로 없
다. 서울에서도 가장 빈민촌으로 꼽히던 이곳엔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결손 가정, 알코올중독자들이 어
느 곳보다 많다.
1974년 부산베네딕도수녀회에 입회해 성당에서 일하던 아마
타 수녀가 이곳에 온 것은 지난 96년. 사회로부터는 물론
교회로부터도 소외돼 가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
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원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서울
대교구에 빈민사목위원회가 만들어져 서울의 대표적 빈민
촌 4곳에 공소가 세워지자 빈민 사목을 자청했다.
맨 처음 시작한 것이 놀이방이었다. 맞벌이를 해야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부모들이 일하러 간 사이 방에 갇혀 지내
거나 방치되다시피 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또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고 굶는 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
들을 위한 급식소도 만들었다. 이곳에서 처음엔 밥을 해 주
었지만, 하루 100여명의 식대를 조달할 수 없어 국수를 끓
여주고 있다.
또 이 부근엔 푸드뱅크의 지원으로 노인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상담도 하는 ‘하늘자리 평화의 집’을 중심으로 할머
니 쉼터, 공부방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나같이 아마
타 수녀가 몸뻬바지가 닳도록 드나들며 돌보는 곳들이다.
이곳에선 하루하루 먹거리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
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자활에 필요
한 일거리였다. 지난 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파출부 일자
리마저 대거 떨어져버렸다. 그래서 아마타 수녀가 생각해
낸 것이 김치를 담가 파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줌마들의 일
거리를 만들어 배달 판매하고, 또 김치를 담가 알코올중독
자들이 모인 신림동 ‘사도들의 집’과 미아리 ‘우리집 공
동체’, 보육원인 신림동 ‘예수의 작은형제들의 집’에 나
눠주고 있다. 주민들은 하늘자리 공동체의 여러 일터에서
일자리도 갖고, 아울러 ‘좋은 일’도 하는 셈이다.
아마타 수녀는 “여러 성당과 교인들의 후원으로 이런 일
이 가능하지만, 이곳의 주인은 주민들”이라고 말한다. 일
하는 아줌마들의 웃음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듯했다.
주민들의 조용한 내조자로 머물러 있기를 원하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그를 한사코 뒤쫓는 곤혹스러움조차, 김치
아줌마들의 소담스런 웃음 속에 묻힌다. (02)875-9632.

[한 겨 레] 2002-11-15 () 31면 1527자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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