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기사> 기업들 남는 식품 모아 불우이웃에…사랑 나르는&quot;도시락 차&quot;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2.11.18

자원봉사 "푸드뱅크" 확산…76만명 혜택
음식 폐기비용 아끼고 환경오염 줄여

15일 아침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 부근 성남동 주택가 골
목.

이 동네 최동남(77)할머니가 뭔가를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다.
자식(3남1녀)들이 부양능력이 없어 월 15만원짜리 단칸 셋
방에서 8년째 혼자 사는 崔할머니다.
잠시 후 도시락을 가득 실은 승합차가 나타났다. 성남 "푸
드 뱅크"가 崔할머니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음식
을 나르는 차다.
자원봉사 아주머니로부터 따끈한 밥과 반찬을 받아든 할머
니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썰렁했
던 쪽방이 이내 훈훈해졌다.
崔할머니는 정부 생계지원비 30만원 중 20만원을 방세.전기
세 등으로 내고나면 끼니 때우기가 어려운 처지.
그래서 이렇게 매주 두번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
이나 과일.야채.빵.과자 등을 싣고 오는 푸드 뱅크 사람들
이 崔할머니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부근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24시간 돌보는 "엄마놀이방"의
강영선 원장은 이들로부터 아이들에게 줄 음식 재료의 20%
를 받는다. "아이들이 이 사람들을 산타클로스라고 부른
다"고 강원장은 말했다.

식품사 등으로부터 남는 제품을 기탁받아 소외된 불우 이웃
들에게 나눠주는 자선사업 푸드뱅크가 뿌리를 내리고 있
다.
남는 음식이나 식품 재료를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니, 이
웃을 도우면서 폐기 비용이나 음식쓰레기 공해까지 줄이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사업이다.

2000년부터 사업에 참여한 CJ㈜(옛 제일제당)는 올해 다시
다.카레.자장면.당면 등 수천 가지의 자사 제품 27억원어치
를 기탁했다. 아예 두 명의 직원이 이 일만 전담하고 물류
센터 직원 20명이 보조를 한다.

"그 전에는 전량 폐기처리했던 재고품으로 어려운 이웃도
돕고 폐기비용(연간 1억5천만원)도 절감하니 정말 좋은 일
아니냐"고 이 회사 사회공헌팀 박필규 대리는 말한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이나 크라운베이커리 같은 회사는 신제
품을 보내기도 한다.

기탁자는 식품회사나 할인점뿐이 아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학교 급식업체나 동네 수퍼마켓.제과점.노
점상 등으로 확산됐고 일반가정에서 음식을 보내기도 한
다.

지난 5월에는 푸드뱅크 본부격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50
대 건설노동자가 찾아와 "어떤 일이 있어도 굶는 사람이 있
어서는 안된다"며 현금 2백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끝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성남 푸드뱅크 조해정 관장은 "노점상이 팔다 남은 빵을 기
부하기로 하고, 명절 때 남은 음식이나 과일을 보내는 사람
도 요즘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드뱅크를 거쳐 저소득층으로 가는 음식이 아직은
연간 버려지는 음식(15조원.환경부 통계)의 0.1%에 불과하
다.

사회복지협의회 모옥희 팀장은 "기탁한 음식이 유통과정에
서 문제가 생기면 기탁자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도 있어 사
업의 확산에 맞춰 법적인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
다. 그는 또 "푸드뱅크 종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건비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경제> 2002.11.15 18:36
신성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푸드뱅크란

남는 식품을 무상으로 기탁받아 음식이 부족해 굶거나 어려
운 사람에게 나눠주는 사업이나 기관을 말한다. 1967년 미
국에서 시작돼 캐나다.프랑스.독일 등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98년 서울.부산.대구.과천 네 곳에서 처음 시작
됐다.

초기인 98, 99년에는 기탁자가 1천여곳(28억원어치)에 불과
했으나 지금은 7천여곳(1백60억원어치)으로 늘었다.
기탁을 원하거나 음식이 필요한 사람은 국번없이 1377로 전
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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