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기사> 작년 음식물 낭비 70억 줄인 식품은행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1.09.29

(조선일보/수도권전국)
[Metro] 작년 음식물낭비 70억 줄인 식품은행
(2001.09.24)
21일 오전 8시45분 서울 노원구 평화종합사회복
지관 사무실. “수제비집인데요. 김치 가져가세
요.” 사회복지사 이동진(29)씨는 ‘푸드뱅크’
에 한달 전부터 매주 김치를 기증하는 상계1동
‘항아리 수제비’ 집의 연락을 받았다. 푸드뱅
크는 개인, 식품업체, 음식점 등에서 남은 식품
을 기증 받아 불우이웃에 전달하는 ‘식품은
행’. 일종의 ‘식품 품앗이’이다. 98년 시작
된 푸드뱅크는 현재 전국 600여 개 소에서 운영
되고 있다. 이씨는 노원구 지역 메신저인 셈이
다.

이날 이씨는 오전 중에만 5곳을 들르느라 바쁘
게 움직였다. 오전 중에 식품을 받아 이를 분류
하는 봉사자들에게 갖다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식품은 복지관 주변 임대아파트에
사는 노인·장애인 320가구와 어린이 보호시설
등에 전달되고 일부는 복지관 무료급식소의 음식
재료가 된다.

오전 9시 30분 미도파 상계점에서 상추·오이·
배추 등 야채, 콩나물·도라지 등 나물, 생선·
조개 등 수산물이 가득 담긴 라면박스를 받았
다. 액수로는 20만원 어치. 사업초기부터 식품
을 기증해온 미도파에서는 그날 남은 식품 중에
서도 신선한 것을 골라 준다.

“전혀 손대지 않은 음식이지만 푸드뱅크로 오
지 않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것들이죠.” 이씨
는 받는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늘 조심스럽다고
했다.

다음은 중계동 ‘원두막 보리밥’. 2주전부터 콩
나물·가지·호박 등 반찬을 기증하는 이곳에서
는 “콩비지가 큰 인기였다”는 이씨 말에 장사
할 것까지 듬뿍 얹어주었다. 복지관이 운영하는
저소득층 어린이 보호시설의 아이들이 ‘눈 빠지
게’ 기다리는 간식인 던킨도너츠에도 들렀다.
‘만든지 8시간이 지나면 팔지 않는다’는 회사
방침 때문에 남은 것이지, 여전히 신선한 도너츠
다. 또 ‘항아리 수제비’집에서는 송응순(51)
사장이 김치를 담은 20㎏짜리 통 5개를 내놓았
다. 송 사장은 “김치 담그는 김에 나보다 어려
운 이웃을 돕는 것일뿐”이라고 했다.

오전 10시45분. 자원봉사자 4명이 물품을 분류하
고 야채·수산물 등을 배달까지 했다. 9년 전부
터 시각 장애인인 아들(44)과 살고 있는 생활보
호대상자인 원순희(여·70)씨는 “고맙다”는 말
을 멈출 줄 몰랐다. 오후 1시30분쯤에 이씨는 중
계본동의 노인 복지시설 ‘평화의 집’을 거쳐 2
년 전 허리를 다친 뒤로 도시락을 배달받고 있
는 김영애(75) 할머니 집을 찾았다. “이렇게 찾
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 추석도 얼마 안 남았
는데…”

이씨는 “할머니는 고기를 원하시는데 육류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불경기라 그런지 추석
을 앞두고도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증받은 음식물 목록을 정리하고 다음날
일정을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지
난해 복지부가 운영하는 푸드뱅크에 기증된 물
품 액수는 71억6800만원. 올해는 상반기까지 53
억49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종교단체가 운영하
는 곳까지 더하면 올해 기증액은 100억원을 크
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다고 했
다.

“한 해에 음식물 쓰레기가 8조원에 이른다죠.
푸드뱅크가 많이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
눌 수 있을 텐데요.”



■‘푸드뱅크’ 사업이란…

푸드뱅크란 먹을 수 있지만 남은 식품을 기증 받
아 결식아동, 무의탁노인, 무료급식소, 노숙자보
호소,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하는 ‘식품은행’
이다. 서구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로, 경제 대공황
과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푸드뱅크가
정부를 대신해 빈민들을 위한 무료 급식을 맡았
다.

우리 나라에서는 98년 1월 보건복지부, 5월엔 대
한성공회·YMCA 등 6개 종교·시민단체가 ‘먹거
리나누기운동협의회’를 결성해 각각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푸드뱅크는 전국에 201곳이며 이중 서울시
에선 시가 운영하는 광역푸드뱅크와 19개 자치구
의 기초푸드뱅크 21곳 등 22곳이 운영중이다. 먹
거리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푸드뱅크는 전국에 400
여개 지부가 있다.

통조림·빵 등 가공식품, 채소·과일·생선 등
농·수·축산물, 패스트푸드·반찬류 등 조리음
식 등 모든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식품을 기증
하거나 기탁식품을 받으려면 서울 광역푸드뱅크
(국번없이 1377)나 근처 기초푸드뱅크로 연락하
면 된다. 먹거리협의회를 통하려면 전화나(02-
722-5486) 인터넷(www.telefood.or.kr)을 이용하
면 된다. 식품을 기증하는 개인이나 법인들은 세
금감면 혜택을, 음식점 업종은 기부금 혜택을 받
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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