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사>30년째 무료이발 사랑의 가위손

작성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5.05.23

“몸이 불편하신 분들 이발해 드린 후 얼굴을 보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


1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빨래골 김용배(59)씨의 광성이발소는 무료로 이발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동네 할아버지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매주 수요일이면 김씨는 주변 동네에 있는 이발사들과 함께 장애인들과 노인들을 위해 이발 봉사를 펼쳐 평소보다 더 바빠진다. 김씨는 30년 전인 1976년부터 이런 선행을 펴기 시작했지만 그 전까진 김씨 역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돈을 벌었다.


김씨는 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중학교에 다니던 15살 때 처음으로 가위를 잡았다. 남들보다 부지런했던 김씨는 4년 만에 자신의 이발소를 차렸고 이후 강북구 수유동 4·19국립묘지 앞에서 종업원 8명을 둘 정도로 큰 규모의 이발소를 경영하게 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고생은 끝이라 생각했던 김씨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975년 김씨가 중풍으로 쓰러져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치료비로 모두 날려버렸다.


1년이 지나 몸이 회복되자 김씨는 현재 가게가 있는 빨래골로 들어와 조그마한 이발소를 차리고 다시 가위를 들었다. 그러던 중 김씨가 30년간의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왔다. 근처에 있는 한빛맹아원의 아이들이 김씨의 이발소를 찾아와 머리를 깎게 된 것. 중풍으로 여전히 몸이 불편한 김씨는 장애아에게 돈을 받았다는 생각에 이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김씨는 “나도 몸이 불편한데 몸이 더 불편한 사람에게 돈을 받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바로 맹아원을 찾아가 원장에게 이제부터 아이들 머리를 무료로 깎아 주겠다고 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김씨의 30년간 무료 이발봉사활동은 시작됐다.


처음 10년간 한빛맹아원과 인근의 장애인 단체를 돌아다니며 이발해 주던 김씨는 1987년엔 적십자봉사회를 찾아가 서울시내 장애인단체들을 돌아다니며 이발 봉사활동을 해 1996년에 적십자에서 주는 ‘봉사 7000시간’ 표창을 받았다.



김씨의 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강북구의 이발사들이 찾아와 이들과 함께 1996년 ‘강북이용봉사회’를 만들어 매주 수요일이면 장애인 단체와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이런 김씨의 무료 이발 봉사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해 2002년에는 서울시에서 주는 ‘자랑스런 시민대상’에 선정됐다.


평소에 봉사예찬론을 주장하는 김씨는 “봉사하면 마음이 편해져서 몸도 건강해진다”며 “일반인보다 훨씬 머리 깎기 힘들지만 장애인이나 노인분들이 반가운 눈빛으로 맞아줄 때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00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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